샤토 라 코스트는 출입문도 작품입니다. 노출 콘트리트로 만들어진 <게이트>를 설치한 안도 타다오는 샤토 라 코스트의 주인공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품으로 이 곳에만 무려 5개의 건축물과 작품을 완성했거든요. 아트센터와 예배당, 게이트 외에도 설치작품 <환경을 숙고하는 네 개의 큐브>와 <종이접기 모양 벤치>도 그는 선보였습니다.
게이트를 지나면 데이미언 허스트의 인체를 해부가 놓은 것 같은 조각 작품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진격의 거인'처럼 보이더군요. 곧이어 보이는 안도 타다오 아트센터가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물입니다. 리셉션과 아트샵, 카페가 있는 이 공간에서는 와이너리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아트센터를 감싸고 있는 수변에 세워진 <웅크린 거미>는 한 눈에도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입니다. 햇볕이 반짝이는 물 위를 걷는 듯한 거대한 거미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더군요. 루이즈 부르주아와 안도 타다오는 이제 세계적인 미술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조합입니다. 마치 필수 구매 목록에라도 적힌 것처럼요. 무더위 속에 수변 공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수변에 설치된 히로시 스기모토의 뾰족한 원뿔 모양 메탈 조각과 아트 센터 옆에 서있는 숀 스컬리의 강철 블록 모양의 조각 <공기가 가득한 상자>가 나란히 눈에 들어옵니다. 강렬한 첫 인상에 놀라기엔 이릅니다. 걸어서는 다 돌아보기 힘든 이 거대한 포도밭에는 40여점의 대형 설치 미술 혹은 건축물이 별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이 거대한 포도밭에는 건축 애호가들이 환호할 이름이 많습니다.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이 죄다 이 포도밭에 족적을 남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안도 타다오는 말할 것도 없고, 프랭크 게리도 두 개의 건축물을 세웠습니다.
런던에서는 매년 여름 건축가들의 축제가 열립니다. 서펜타인 미술관에서 매년 건축가 한 명에게 파빌리온 건축을 의뢰하고 임시로 실험적인 건축물이 건립되죠. 해가 바뀌면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지는 이 건축물의 설계자는 연이어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고 있어 큰 관심을 받습니다.
그런데 프랭크 게리가 2007년 건축한 철제와 유리를 사용해 만든 개방형 음악홀인 <파빌리온 드 뮤지크>는 런던에서 옮겨와 이곳에 영구 설치됐습니다. 게리가 토니 베를란트와 함께 작업한 <아테네와 뉴욕의 결혼>은 재미있는 제목처럼 '예술과 건축의 대화'를 기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1966~1968년 토니 베를란트가 제작한 유명한 서양 고층 빌딩과 고대 그리스 신전을 결합한 작품을 게리의 유리집에서 전시합니다.
구마 켄고가 2018년 만든 <코모레비(Komorebi)>는 '나무 사이로 빛의 광선이 어떻게 스며들는지'를 표현하는 일본어에서 따온 제목이 붙었습니다. 그는 프랑스 남부의 생빅투아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나무처럼 유기적인 파빌리온을 만들었죠. '브라질 호두'라고도 알려진 조밀한 남미 목재인 이페 239개를 스테인리스 스틸이 지지하는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졌는데요. 켄고는 "세잔이 생빅투아르를 그리는 방식으로 나무를 추상화하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밖에도 오스카 니마이어는 오디토리엄을, 리처드 로저스는 갤러리를 건축했죠. 이 풍부한 전시 공간에서는 여러 전시를 동시에 열리기도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장 피고지와 소피 칼의 재미있는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