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막일인 3일 프리즈 서울을 만나고 왔습니다. 프리즈 서울에 관해서는 많은 뉴스와 셀 수 없이 많은 소셜 미디어들이 지상중계를 하고 있어 궁금증을 푸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알고리즘의 영향이겠지만, 피드를 완전히 점령한 프리즈 서울의 소식들을 보면서, 미술계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이 행사가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한 마음이 들고 있습니다.
첫 날 작품들의 판매가가 공개된 가운데, 올해의 '제왕'이 된 작가는 마크 브래드포드가 될 것 같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성대한 전시가 열리는 중에, 프리즈 서울의 하우저&워스 부스에서 450만 달러의 삼면화 <Okay, then I apologize>(2025)를 판매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저는 이 작가가 스타 작가이면서도 언제나 겸손하고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는 끊이지 않는 미담을 들으면서, 더욱 호감이 생겼습니다. 저는 베를린 전시를 보고 왔고, 아직 한국 전시는 보지 못했지만 이 작가의 철학을 이해하면 전시를 보는 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신문과 인쇄물, 파마지 등을 통해서 흑인 사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동시대적 감각을 연출하는 그의 예술 세계는 아름답고 감각적인 작품 이상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올해 프리즈 서울의 최고가 라인업은 가고시안에 출품된 무라카미 다카시의 440만달러 삼면화와 하우저앤워스의 아돌프 고틀리브의 1962년작 <Expanding>과 데이비드즈워너의 구사마 야요이 조각 ‘호박’이 각각 350만달러로 출품됐습니다. 가장 비싼 작품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올해 프리즈는 해외 갤러리가 줄어든 게 한 눈에도 보일 정도였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런던의 스티븐 프리드먼, 뉴욕의 폴라 쿠퍼, LA의 데이비드 코단스키 등을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 갤러리 부스를 통해서 저는 책에서 소개한 젊은 작가들을 발견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저는 작년 행사는 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판매가 저조했던지, 올해가 더 나은 상황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여러 갤러리스트에게 들었습니다. 한국 관람객이 가장 좋아했던 갤러리인 가고시안의 경우 중저가 세컨더리 작품만 출품되어, 김이 빠지는 기분도 들더군요. 미술관 전시가 열리는 아모아코 보아포조차 출품하지 않아 좀 놀랐습니다.
아트바젤 바젤, 아트바젤 파리, 프리즈 런던 수준은 아니어도 프리즈 서울에서도 세계적 작가들의 신작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번 행사였습니다.
그럼에도 하우저&워스는 그야말로 이번 페어를 씹어먹었고, 타데우스 로팍, 화이트 큐브, 페이스, 글래드스톤, 스프루스 마거스 등은 모두 판매 실적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반면 극심한 양극화로 중저가 작품 위주로 출품한 메가 갤러리들만 완판을 하고 있고, 나머지 100여개 갤러리는 판매가 썩 좋진 않은 것 같더군요. 대거 늘어난 한국 화랑의 진입은 프리즈 서울을 해외 관람객들이 3rd Tier 아트페어로 여기게 할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그럼에도 한국 관람객들에게는 서울에서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는 젊고 감각 있는 화랑들이 대거 참가한 이번 행사를 통해 서울의 미술 지형도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포커스 아시아'에서 아시아 각국의 갤러리들이 소개하는 젊은 작가들을 넓은 마음으로 만나본다면 의미있는 방문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주 프리뷰로 소개한 6명의 작가와 갤러리1957에 세컨더리(재판매)로 출품된 아모아코 보아포 등을 만나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키아프의 국제갤러리 부스에는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10점으로 만들어진 솔로 부스가 있는데요. 컬렉터들이 순식간에 완판을 시켜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포토제닉한 부스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