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작가가 있습니다. 브리타 마라카트-라바(Britta Marakatt-Labba)의 개인전 <Where Each Stitch Breathes>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1968년부터 현재까지의 약 60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더군요. 스웨덴 시민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요.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옛 스웨덴의 전통적인 마을에 들어서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카셀 도큐멘타에서였습니다. 현대 미술의 올림픽이라고해도 무방한 이 행사에서 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작가였죠. 본 전시장의 거대한 한쪽 벽을 그녀의 24미터 길이의 자수 <역사(Historjá)>가 가득 메우고 있었죠. 자신과 민족의 역사를 한 땀 한 땀 새겨넣은 이 작품을 감탄하며 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50여년 동안 브리타 마라카트-라바는 자수, 그래픽 작품, 설치 및 조각을 통해 사미족의 문화, 역사 및 투쟁을 실로 꿰어 왔습니다. 그녀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출세작은 이 대서사시 <Historjá>(2003-2007)였죠. 트롬쇠 대학에 전시하기 위해 만든 이 작품이 독일로 건너간 그 시기에 제가 우연히 작품을 만났던 겁니다. 이 거대한 자수는 우너형으로 전시되어 있어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읽을 수 있는데요. 숲에서 시작해 다시 숲으로 귀환하는 기나긴 역사를 담고 있었습니다.
74세의 할머니 작가 브리타 마라카트-라바는 북부의 작은 마을 출신입니다. 텐트를 치고 순록을 치는 가정의 9남매 중 한명으로 자랐죠. 유목민으로 살았던 그녀의 어머니는 "자연의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행동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그녀의 자수 예술은 자신이 속한 사미족의 삶과 일상을 묘사합니다. 원시적인 삶의 형태를 지키고 있던 그녀의 작은 공동체를 핍박하는 건 언제나 자연과 국가였죠. 그녀는 "자수는 의도적인 느림의 미학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 땀 한 땀의 바느질 속에 자신의 경험과 정신을 불어넣고, 시간과 공간을 항해하는 여정인 셈이죠.
그녀는 1978년 사미족의 예술가 그룹인 메이즈 그룹에 합류했으며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미디어로 작업하지만 주로 사미족 문화와 신화의 모티프를 사용한 내러티브 자수가 세계적으로 알려졌죠. 직물 작업 외에도 그녀는 수채화와 석판화로 작업합니다. 수많은 책에 그린 삽화와 연극을 위한 의상과 무대미술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1852년의 카우토케이노 반란을 거듭해 묘사하면서 작가는 사미족의 권리와 정치적 독립을 위한 투쟁을 조명합니다. 소수민족인 사미족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시도는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이런 역사를 담은 작품 <Historjá>는 2025년 봄, 미술 잡지 아트뉴스가 금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 작품 100선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크고 작은 태피스트리 속에는 눈 덮인 광활한 풍광 속에 작은 인간과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사미족의 의식인 순록 사냥과 출산의 여신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사미족의 신은 여신만이 존재한다고 하더군요. 축제를 벌이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과정이 바느질을 통해 묘사되는데 주로 거대한 군상을 묘사하기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림 속 작은 인간의 모습은 때로 귀엽고 엉뚱합니다. 스웨덴 관람객들이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방법은 없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