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CC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미술관을 소개할까 말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동시대 미술의 난해한 작품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망설였지만, 그럼에도 이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미식의 성지이자, 힙플레이스인 이 지역을 짧게나마 소개하고 싶었거든요.
코펜하겐 북동쪽 해안가에 있는 레프살렌(Refshaleøen)은 옛 조선소 부지를 재개발해 새로운 문화, 미식, 창조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지역으로 힙스터들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입니다. '노르딕 퀴진'은 이제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로 유명한데요. 음식이 맛이 없기로 유명한 런던과 달리 코펜하겐은 유럽 최고의 미식 도시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바로 레프살렌의 셰프들 덕분입니다.
도심에서 출발해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 구불구불한 운하를 마주하며 잠시 달렸습니다. 폐조선소와 공장, 그리고 수변의 보트들이 보이더니 '노마 팝업스토어'라는 간판을 스쳐 지나갑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유명 레스토랑 '노마'는 이렇게 작은 숍만 남기고 폐업을 한 뒤였습니다. 온갖 야생 식물과 심지어 개미 등 살아있는 곤충까지 사용하는 색재료에 대한 집착으로 유명한 르네 제드제피는 노르딕 퀴진이라는 유산산을 남긴 채 사라진 뒤더군요.
노마의 셰프들은 곳곳으로 옮겨갔고 그 철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의 양대산맥은 코펜하겐 축구 스타디움에 위치한 독특한 레스토랑 제라늄과 2025년 유럽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른 알케미스트입니다. 제라늄은 가보고 싶어서 노력을 해봤으나 역시나 무계획 인간인 저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예 맞습니다. 2022년 '세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차지했던 요즘 제가 빠져있는 <흑백 요리사2>의 '요리 괴물'이 거쳐간 그곳입니다.) 옛 조선소 건물의 웅장한 실내와 화려한 퍼포먼스, 시각적 경험을 앞세운 알케미스트는 애초에 예약도 불가능했고, 1인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도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군요.
뜬금없는 식당 이야기를 한 건 알케미스트와 나란히 위치한 한 미술관을 소개하기 위한 밑밥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버려진 산업 시설은 이처럼 노르딕 퀴진 레스토랑, 유기농 정원, 아트 스튜디오 등으로 변모하며 핫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였습니다. 레프살렌은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조선소 지역 중 하나였고, 도시의 미개척지였습니다. 실험적인 셰프와 미술 작가들이 이 지역을 탈바꿈시킨거죠.
미술관 근처의 베이커리 릴, 부두가 있는 카페 라 반치나도 유명합니다. 코펜하겐의 미친 물가를 생각하면 이 곳에서 빵과 커피를 즐기는 게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경험일겁니다. 대단한 규모의 스트리트 푸드 마켓인 레펜(Reffen)도 미술관의 맞은 편에 있으니 간단한 음식과 함께 수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추천해봅니다.
레프살렌이 속한 지역인 홀먼의 끝자락에는 심지어 고층 빌딩의 옥상에 경사 슬로프를 만든 인공 스키장도 있습니다. 온 도시가 건축실험실인 코펜하겐에서도 명소로 꼽히는 곳이죠. 이처럼 홀먼과 레프살렌은 친환경과 재활용을 중시하는 코펜하겐의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 거대한 공장 같은 외관을 한 오늘의 미술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CC'라는 붉은 색 두 알파벳 간판이 반겨주는 코펜하겐 컨템포러리입니다.
CC는 신진 작가들의 설치 미술을 선보이기에 적합한 거대한 내부 공간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각 전시실 하나하나가 집채만해서, 이 미술관에서만 비엔날레가 열려도 부족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웅장한 옛 조선소의 용접실은 건축가 도르테 만드럽이 리모델링한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변신해 2018년 여름 처음 공개됐습니다. 개관한 해에는 덴마크의 유명한 3인조 그룹 슈퍼플렉스, 더그 앳킨 등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