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업으로 큰 돈을 번 앨버트 C 반스(1872~1951) 박사가 1922년 설립한 미술관입니다. 제약 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은 반스는 1912년에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제약 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은 후, 그는 당시 '최고의 현대 미술 컬렉션' 구축에 집중했죠.
그해 2월, 그는 친구이자 화가인 윌리엄 글래킨스를 파리로 보내 프랑스 아방가르드의 회화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글래킨스는 반 고흐의 <우체부>(1889)와 피카소의 <담배를 든 젊은 여자>(1901)를 포함해 33점의 작품을 가지고 돌아오면서 이 미술관의 대표작이 됩니다. 1년전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반 고흐 특별전에서 만났던 <우체부>가 반스의 첫번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반갑고도 신기했습니다.
그는 이 시작을 계기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초기 모더니즘 작품들을 대거 수집했는데요. 르누아르 181점, 세잔 69점, 마티스 59점, 피카소 46점 등 약 4,000점 이상의 작품 소장되어 있습니다.
미술관은 원래 펜실베이니아주 메리온(Merion)에 있었는데 2012년 필라델피아로 이전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반스의 유언에는 컬렉션을 이전하지 말라는 조건이 있었거든요. 이 과정은 2009년 다큐멘터리 <The Art of the Steal>에서 집중 조명되기도 했죠. 건축가 토드 윌리엄스 & 빌리 치엔(Tod Williams Billie Tsien Architects) 이 설계한 현재 건물은 머리온의 원래 갤러리의 크기와 작품 배치 방식을 인치 단위까지 그대로 재현했다는군요.
반스의 독특한 철학에 따라 작품들은 앙상블(ensemble)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는데요. 일반적인 미술관처럼 연대순이나 작가별로 전시하지 않고 작품의 형태, 색상, 빛, 구성을 중요시했던 반스의 유연에 따라 그림 옆에 수공예품, 아프리카 조각품, 가구 등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이는 관람객이 예술적 연관성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독특한 방식인데요. 고가구도 놓여 있어 그야말로 잘꾸며진 저택을 거기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건물 외부의 거울 연못 앞에는 엘스워스 캘리의 <반스 토템>(2012)이 이전과 함께 설치됐습니다. 소장품이 걸린 메인홀의 앙리 마티스의 <춤>이 벽을 장식하고 있는데요. 메리온 건물의 천정에 어울리도록 의뢰한 벽화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조르주 쇠라의 <모델들>, 세잔의 <카드 플레이어들>가 이 곳의 간판입니다. 문 위에 걸려 있어 눈에 띄는 그림으로 피에르 보나르의 <글쓰는 젊은 여인>도 일상의 평온함을 그린 소재와 대비되는 붉은 색의 강렬한 색채 조합으로 사랑받는 작품이죠.
때마침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개인전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미술관에 가면 단골처럼 만날 수 있는 이 작가의 이토록 많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본 건 처음이었죠. 세관원 출신으로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루소의 대표작을 망라한 전시는 독특한 초상화, 매혹적인 정글 그림들, 그리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화풍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대표작 <집시 여인>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이곳으로 건너와 있더군요. 달빛이 청청한 사막의 밤에, 만돌린과 물항아리를 옆에 둔 집시 여인이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사자 한 마리가 조용히 다가와 여인의 냄새를 맡고 있지만, 둘 사이에는 어떤 긴장도 없죠. 기묘하고 평화로운 광경입니다. 초현실주의의 선구자였던 앙리 루소의 이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만난 뒤, 곧장 저는 초현실주의 전시를 보게 됐습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말이죠. 이날의 미술 여행은 다음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