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서 서면 압도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하는 기둥이 도열해 있고, 꽤나 높은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끝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조각이 보입니다. 그레이트 스테어홀의 주인공 다이애나 조각입니다. 미국 조각가 어거스터스 생고든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죠.
원래 1893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타워의 풍향계로 설치된 이 동상은 1932년에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2013-14년에 박물관 보존가들은 조각상을 원래의 금박 마감으로 재도금했는데요. 덕분에 미술관을 대표하는 얼굴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대계단 홀은 마침 연말이라 화려한 꽃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요.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정말 진심이더군요. 발코니 층에는 1625년 루이 13세가 프랑스의 루이 13세가 프란체스코 바르베리니 추기경에게 선물한 피터 폴 루벤스의 7점의 태피스트리 연작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역사>로 눈길을 끕니다.
언제나 북적이는 19세기 유럽 갤리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팝업 전시로 줄리 머레투의 대형 신작을 설치해 놓은 거였죠. 미술관의 소장을 기념하며, 머레투의 대작 2점을 소개하는 공간을 만든 건데요. 마치 백화점의 신상 코너처럼 가시성이 좋아서, 영리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럽 갤러리의 면면은 꽤나 화려합니다. 클로드 모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베르트 모리조, 빈센트 반 고흐 등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동선의 끝에 탁트인 홀에 높이 걸린 작품이 폴 세잔의 <큰 목욕하는 사람들>입니다. 1906년 작가 사망 전까지 약 10년간 작업한 기념비적인 후기 인상주의 유화로 기하학적 형태, 색면, 누드 형상의 조화가 최고조의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피카소 등 현대 미술과 입체주의에 깊은 영향을 준 거장의 최후의 걸작이죠. 세 점의 연작 중 미완성 버전으로 평온함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바로 아래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민트색 <해바라기>(1888 또는 1889)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캐럴 S. 타이슨 주니어 부부의 기증으로 이 곳에 오게됐습니다. 1888년 아를에서 폴 고갱이 합류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빈센트 반 고흐는 해바라기 장식용 정물화 다섯 점을 그렸는데 지금은 모두 큰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에 흩어져 있습니다. 2024년 가을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두 해바라기의 조우를 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밖에도 클로드 모네 <일본식 다리와 수련 연못, 지베르니>(1899), 앙리 툴루즈로트렉 <물랭 루주: 댄스>, 에드가 드가 <14세의 어린 무용수>, 메리 카사트 <모성의 애무>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현대 미술 컬렉션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는 두 작가는 마르셀 뒤샹과 사이 톰블리로 보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마르셀 뒤샹 컬렉션을 소자한 곳인데요. 특히 소장품인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1912)는 1913년 아모리 쇼에서 뒤샹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큐비즘-미래주의 대표작품이죠.
1950년 월터·루이스 아렌스버그 부부의 기증으로 이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미술관은 2022년 퐁피두 센터, 마르셀 뒤샹 협회와 공동으로 뒤샹 연구 포털을 출범시켰고, 올해 10월에는 MoMA와 공동 기획한 대규모 뒤샹 전시가 필라델피아로 순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185번방을 홀로 쓰는 사이 톰블리는 1978년에 완성된 <일리암에서의 50일>이라는 10점의 연작을 방 가득 설치했습니다. 알렉산더 포프가 번역한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드>를 특유의 자유분방한 낙서 같은 그림으로 옮겼죠.
이 미술관의 쟁쟁한 기부자들의 이름 중에서 유독 존경 받는 인물이 있습니다. 존 G. 존슨은 대장장이의 아들에서 미국 최고 기업 변호사로 성장한 인물입니다. 그는 수집한 보티첼리, 히에로니무스 보스, 티치아노, 렘브란트, 모네 등을 포함한 약 1,300점의 회화, 51점의 조각은 유언으로 자택과 함께 이 도시에 기증됐고, 미술관으로 이전됐습니다.
그는 특별히 헨리 오사와 태너의 <수태고지>를 매입하는 데 관여했는데, 이 작품은 미국 공공 컬렉션에 들어간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화가 작품이 됐습니다. 많은 수태고지를 봤지만, 이 작품처럼 현대적인 해석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태너는 1897년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여행 후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